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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살까지 살아서 무엇을 할까? 그냥 하루하루 정성들여 살아 냅시다.일상 2022. 5. 10. 08:54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백세 인생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말이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의료기술이 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내게 주어진 삶의 길이를 알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놓게 될 삶의 끈을 인위적인 힘으로 붙잡아 둔들 언젠가는 끊어집니다. 생명을 갖고 있는 모든 존재들의 숙명이지요. 저는 백 살을 기대하지 않고 그냥 하루하루 정성 들여 즐겁게 살겠습니다.
며칠 전 저와 동시대를 살다 갑자기 세상을 떠나간 여배우의 죽음을 접했습니다. 저와 연배가 비슷한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처음 세상에 나올 때를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고 나오듯 떠나는 길 역시 준비를 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도깨비'라는 드라마가 생각납니다. 중년을 넘긴 제게 '삶과 죽음'을 다시 바라보게 해 주었던 드라마입니다. 상상하지 못했던 '김 신'의 산화하는 장면을 보며 인생의 허망함에 옆에 있던 딸과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백세 인생이라는 것이 제게는 마케팅으로 다가옵니다. 최첨단 장비를 이용한 값비싼 건강검진 프로그램과 불로장생 할 것 같은 각종 영양제들을 위한 영업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물론 좋은 의료혜택을 받으며 영양가 있는 식단과 꾸준한 운동으로 좋은 삶의 질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겠지요. 그러나 아쉽지만 삶의 양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신의 영역인 것만 같습니다.
매년 고가의 건강검진을 한다고 모든 질병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평생 건강검진 한 번 받지 않았어도 천수를 누리신 어르신들을 보면 인위적으로 몸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져서 질병의 씨앗을 찾아내고 말겠다고 덤비는 우리들의 모습이 좀 추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막살아도 되겠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최소한 건강에 나쁘다는 것들을 절제하고 젊음을 자만하지 말고 나이 들어감을 비관하지 말며 주어진 시간들을 소중하게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함이 짧게 세상을 살다 떠나간 사람들, 불의의 사고로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살다 원래 주어진 삶이 길었다면 '백세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하루 차곡차곡 잘 쌓아간 ' 오늘'이 어느덧 백세가 되어있다면 이 또한 감사할 일일 것입니다. 비록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들 어찌하겠습니까. 인생은 끝이 있으니 비극인 것이 맞겠지요.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 또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지금 내 앞에서 나를 마주하고 있는 그 누군가에게 더 따뜻하게 더 친절하게 그리고 즐겁게 살아야겠습니다. 백세에 무엇을 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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