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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뭄에 콩 나듯 치는 골프 이야기 - 그래도 구력은 15년.
    일상 2022. 5. 9. 03:26

    밴쿠버는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입니다. 우선 한 번 라운딩 하는데 평균 30~50달러 정도면 칠 수 있으니 한국과는 비용 면에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물론 회원제이거나 잔디 관리가 잘 되어 있는 비싼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퍼블릭 골프장이 많아 굳이 그런 곳을 찾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이런 곳에 살아도 저처럼 1년에 봄 아니면 가을에 한 번 칠까 말까 하는 사람도 있답니다. 그야말로 가물에 콩 나듯 어렵게 어렵게 저의 골프 구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골프를 배운 지는 15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살았을 때입니다. 어느 날 ,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이 거의 떠 안기다시피 저에게 골프 클럽세트를 사 주었습니다. Mckenly라는 상표의 일본 제품인데 지금도 이 상표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 당시,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아마도 좋은 재질의 골프채가 새로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던 것 같았습니다. 때마침 집 앞 상가 지하에 있는 골프연습장이 개장 몇 주년 기념 레슨비 세일을 하고 있었지요. 차도 없는 제가 남편 성화에 그 무거운 가방을 들고 골프를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었지요. 6개월 정도 7번 아이언과 드라이버 치는 정도만 배우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실전을 익히기 위해 실제 골프장을 나가자는 말에 그런 곳에 까지 지출할 수 있는 여유도 없었고 사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가 없었던 것일 수도 있겠지요.

     

    저는 이민 오면서 제 골프채를 정리하고 오려고 했었습니다. 더 이상 치려는 의지가 없었으니까요. 운동을 정말 못하고 싫어했으니까요. 그러던 중 이민 수속이 늦어져 저만 먼저 간단한 짐을 싸서 아이들과 오게 되었고 1년 후에 한국의 짐을 정리하고 온 남편이 다시 또 그 골프채를 배에 실어 보내었더군요. 그래서 아직까지도 저는 그 골프채로 '가끔 골프'를 치고 있습니다. 

     

    이민 온 아이들도 자신들이 오던 시기에 구사하던 한국어 수준에 멈춰있듯이 저의 골프 실력도 딱 그 수준에 멈춰 있었습니다. 이민 와서 생전 안 해본 일 하느라 정신없고 힘든데 남편은 골프를 치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골프를 저렴한 가격에 칠 수 있으니 남편은 천국에 사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자신도 이일 저일 하느라 몸이 고달플 텐데도 골프를 향한 그의 사랑은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남편은 저를 골프 연습장을 데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당근과 채찍을 주면서 저에게 골프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싸우다가 집으로 돌아온 수많은 날들이 기억납니다. 서서히 남편은 자신의 높은 기대치에서 내려오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골프 천재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연습도 안 하고 라운딩도 안 하는 사람이 어쩌다 연습장에 나와 치는데 공을 맞춘다고. 잘 뜨지도 않는 공을 보며 마구 칭찬을 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답니다.    

     

    그렇게 버티다가 제가 갱년기가 되었습니다. 몸매가 변하기 시작한 거죠. 뱃살이 두둑하게 붙기 시작하니까 연습장에서 제가 친 공이 날아가기 시작한 겁니다. 하늘 높이 훨훨. 이제는 남편이 제 뱃살이 빠질까 봐 걱정합니다. 비거리 줄어든다며. 남편이 얄밉습니다. 많이. 그래도 공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조금 재미를 붙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골프를 1년에 한 번 , 많으면 두 번 밖에 치지 않습니다. 여름에 억지로 땀 흘리기 싫고 겨울에 가랑비 맞으며 축축한 길을 걷기 싫어합니다. 

     

    남편은 저 없이도 얼마든지 마음 맞는 사람들과 골프를 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재미있어하는 것을 같이 하고 싶어 하는 착한 마음이 고맙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렇게 자주 골프를 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골프를 치는 이유는 더 나이가 든 후를 위해서입니다. 남편은 지금도 젊은 사람들처럼 힘 있는 골프를 칩니다. 하지만 점점 나이 들고 기량이 떨어지는 날이 오겠지요. 그러면 자연히 여러 이유들로 동반자들이 줄어들겠지요. 그때 제가 언제든 같이 필드로 나가 줄 생각입니다. 저도 늙겠지만 남편이 저에게 골프 천재라고 했으니 그 말을 믿어야겠지요. 그러기 위해 제가 가뭄에 콩 나듯 골프를 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매일매일 그때를 위해 스쾃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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