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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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처음 가 본 결혼식 - 소박하고 유쾌한 잔치.일상 2022. 6. 17. 07:24
결혼식 시즌인가 봅니다. 캐나다에 이민 와서 처음으로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야외에서 하는 결혼식이라 조금 산만했지만 결혼 당사자와 친구들이 기획한 결혼식이라 소박하고 젊음이 넘치는 잔치였습니다. 제가 다녀온 결혼식을 이야기하기 전에 잠깐 캐나다와 한국의 결혼식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사는 나라답게 결혼식의 풍경이 참 다양합니다. 한국처럼 결혼식장이 있지는 않고 주로 야외 결혼식은 공원이나 골프클럽에서 많이 합니다. 그밖에 성당이나 교회, 호텔 등에서 하며 간혹 백 야드가 넓은 집에서 사는 경우 뒷마당에서 결혼식을 하기도 한답니다. 한국의 결혼식과 서양의 결혼식의 다른 점 중의 하나는 서양 결혼식에서는 신랑 신부의 친한 친구들이 결혼식 내내 신랑 신부 곁에 서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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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공부 못한 언니,독학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천명 넘긴 이야기.일상 2022. 6. 3. 07:50
고등학교 때 화실에 다닌 몇 달 정도가 그림 공부의 시작이자 마지막이었던 언니. 육십을 훌쩍 넘긴 언니는 꿈을 펼칠 기회를 인스타그램에서 찾았습니다. 오백 개가 넘는 포스트로 천명이 넘는 팔로워를 갖게 된 언니의 이야기를 풀어 봅니다. 가족들은 언니의 그림솜씨를 잘 알고 있었죠. 화실에서 언니가 그려온 아그리파 석고상을 저는 기억합니다. 언니 덕분에 목탄으로 그린 데생(dessin)을 지우는데 식빵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그 맛있고 귀한 식빵으로 그런 짓을 하다니! 조금 충격이었지요. 그 시절 참 가난했습니다.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 가난했던 그 시절에 저희 집은 그 대부분에 속해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동생들이 줄줄이 셋이나 있는 집에서 돈 많이 드는 그림 공부를 시키는 일이 가능했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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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로 사랑받는 아이들 , 진정한 교육이란 ?일상 2022. 5. 22. 13:58
유치원을 졸업하고 '학교'라는 울타리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부터 한국의 아이들에게는 학과 점수가 부모님의 사랑과 신뢰의 잣대가 되어버립니다. 이러면 안 되는 거 모두들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몇십 년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방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팔로워하고 있는 지나영 소아정신과 교수님의 인스타그램 포스트를 보았습니다. 이제야 말하는 분이 나타났다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삶의 근본이 되는 가치와 마음가짐을 알려 주는 것이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한 부모의 역할이고, 타인을 존중하며 스스로도 소중한 사람임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이 진정 참 교육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감사의 댓글을 달고 있는 제 자신에 저도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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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프라이를 요리라고 생각하는 남편, 그리고 갱년기.일상 2022. 5. 18. 10:06
아침마다 남편은 계란을 부칩니다. 제가 부탁한 것도 아닌데 언제부터인가 저는 아침 식탁에 앉아 계란 프라이를 받아먹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지요. 하지만 예전에 남편이 출근하던 시절에 부쳐 주었던 그 계란의 개수를 따라오려면 아직도 한참 모자랍니다. 그리고 저는 가끔 삶아 주기도 했거든요. 남편은 요리를 못 합니다. 한 번은, 제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될 경우를 생각해서라는 이유를 대며 간단한 것 몇 가지라도 배워 두라고 했었지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사 먹으면 된다고. 그리고는 절대 주방 근처를 안 왔지요. 그러다 제가 그만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제게 닥친 갱년기가 불쏘시개가 되었던 겁니다. 힘들어서 집안일 좀 나누어하고 싶었던 제가 돌려서 말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사 먹으면 된다니... 이민을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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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와서 홀로서기 잘 하는 법.일상 2022. 5. 17. 08:04
이민을 떠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 이유만큼이나 강한 개성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 이민 생활이지요. 그래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그렇고 주변을 보아도 사람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 제가 부대끼며 깨달은 홀로서기 잘하는 작은 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민 오면 모든 것이 생소 하지요. 아무리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해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은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연히 알게 된 사람에게 모든 걸 의지해 버리기 쉽습니다. 어디에 어떤 물건이 저렴하고 아이들 학원은 어디로 보내야 하며 패밀리 닥터를 찾는 일, 병원정보부터 해서 집안의 무엇 하나 작은 것을 고치려고 해도 낯선 것 투성이라 당연한 일이기는 합니다. 순간 자신이 바보가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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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살까지 살아서 무엇을 할까? 그냥 하루하루 정성들여 살아 냅시다.일상 2022. 5. 10. 08:54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백세 인생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말이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의료기술이 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내게 주어진 삶의 길이를 알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놓게 될 삶의 끈을 인위적인 힘으로 붙잡아 둔들 언젠가는 끊어집니다. 생명을 갖고 있는 모든 존재들의 숙명이지요. 저는 백 살을 기대하지 않고 그냥 하루하루 정성 들여 즐겁게 살겠습니다. 며칠 전 저와 동시대를 살다 갑자기 세상을 떠나간 여배우의 죽음을 접했습니다. 저와 연배가 비슷한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처음 세상에 나올 때를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고 나오듯 떠나는 길 역시 준비를 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도깨비'라는 드라마가 생각납니다. 중년을 넘긴 제게 '삶과 죽음'을 다시 바라보게 해 주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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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콩 나듯 치는 골프 이야기 - 그래도 구력은 15년.일상 2022. 5. 9. 03:26
밴쿠버는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입니다. 우선 한 번 라운딩 하는데 평균 30~50달러 정도면 칠 수 있으니 한국과는 비용 면에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물론 회원제이거나 잔디 관리가 잘 되어 있는 비싼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퍼블릭 골프장이 많아 굳이 그런 곳을 찾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이런 곳에 살아도 저처럼 1년에 봄 아니면 가을에 한 번 칠까 말까 하는 사람도 있답니다. 그야말로 가물에 콩 나듯 어렵게 어렵게 저의 골프 구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골프를 배운 지는 15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살았을 때입니다. 어느 날 ,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이 거의 떠 안기다시피 저에게 골프 클럽세트를 사 주었습니다. Mckenly라는 상표의 일본 제품인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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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그 후 - 내 노년의 삶은 어디에서 보내야 할까일상 2022. 5. 3. 09:01
사십 대 초반에 시작했던 이민생활이 이제는 좀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저는 캐나다의 단조로운 생활이 편안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가끔씩 왠지 모를 낯섦을 느끼곤 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나러 한국에 갈 때면 오히려 제 자신이 순간순간 이방인의 느낌을 갖게 될 때가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도 마음은 늘 그냥 주변을 맴돌고 있기만 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젊지 않습니다. 다가올 노년을 위한 둥지를 어딘 가에 만들어야만 할 것 같아 마음이 분주합니다. 요즘 들어 노년의 문 앞에 서게 되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지금은 편안하지만 더 나이가 들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때가 되면 어떻게, 어디서 살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부부가 함께 있을 때는 서로 의지가 되지만 한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