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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에서 처음 가 본 결혼식 - 소박하고 유쾌한 잔치.
    일상 2022. 6. 17. 07:24

    결혼식 시즌인가 봅니다. 캐나다에 이민 와서 처음으로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야외에서 하는 결혼식이라 조금 산만했지만 결혼 당사자와 친구들이 기획한 결혼식이라 소박하고 젊음이 넘치는 잔치였습니다. 

     

    제가 다녀온 결혼식을 이야기하기 전에 잠깐 캐나다와 한국의 결혼식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사는 나라답게 결혼식의 풍경이 참 다양합니다. 한국처럼 결혼식장이 있지는 않고 주로 야외 결혼식은 공원이나 골프클럽에서 많이 합니다. 그밖에 성당이나 교회, 호텔 등에서 하며 간혹 백 야드가 넓은 집에서 사는 경우 뒷마당에서 결혼식을 하기도 한답니다.

    한국의 결혼식과 서양의 결혼식의 다른 점 중의 하나는 서양 결혼식에서는 신랑 신부의 친한 친구들이 결혼식 내내 신랑 신부 곁에 서 있게 됩니다. 신랑 친구들은 베스트 맨(Best Man), 신부 친구들은 브라이드 메이드(Brides Maid)라는 호칭을 사용합니다. 나중에 결혼 증명서에 싸인을 함께 해서 증인의 역할도 합니다. 특히 신부의 들러리들이 입을 드레스와 화장까지 신부가 해 주어야 한다고 하니 조금 부담이 될 것 같기는 합니다. 

     

    그리고 예물 같은 경우 결혼을 하려면 신랑은 반지를 두 개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나는 프러포즈용 반지이고 다른 하나는 결혼식용 반지라고 합니다. 프러포즈용으로는 다이아반지를 준비하고 결혼식 반지는 링 반지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반지를 두 개 겹쳐서 끼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본 것 같기는 합니다.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한국은 보석 별로 세트로 마련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아마도 서양의 경우 부모님의 도움 없이 본인들의 능력에 따라 결혼을 준비하는 데서 오는 차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결혼식 역시 좀 다른 모습입니다. 가족 중심의 결혼식을 하는 경우와 결혼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 결혼식을 하게 되는 경우 차이가 있습니다. 부모와 일가친척들이 거의 다 참석하는 결혼식을 하는 경우 나라마다 전통에 따라서 며칠씩 결혼식을 (파티를 오래 합니다)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혼 당사자들의 뜻에 따라 가까운 친구들과 직계 가족만 참석하는 단출하고 개성 있는 결혼식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제가 다녀온 결혼식이 바로 소박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유쾌했던 그런 결혼식이었습니다. 학생 커플의 결혼식이라서 화려함보다는 알뜰하고 검소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진지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저와 젊은이들 간의 세대 차이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알뜰한 결혼식답게 결혼식 장소는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골프클럽이었고 시간대도 저렴하게 할 수 있는 평일 오후였는데 주말보다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결혼식 후에 있는 피로연도 클럽하우스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이용했고 뒤풀이로 친구들과 즐기는 게임과 댄스파티 등도 다 한 곳에서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과소비의 흔적이나 과시하려는 허세 같은 것이 없어서 부담 없는 이런 결혼식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면 우선 부모님의 지인, 직장동료, 심지어는 거래처 사람들까지 모두 청첩장을 돌립니다. 아마도 부주를 주고받고 하는 문화 때문에 그렇겠지요. 한국의 문화이니 좋고 나쁨을 말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그보다는 나를 잘 알고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에게서 진심 어린 축하를 받으며 올리는 조졸한 결혼식이 진정한 의미의 결혼식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결혼식 내내 들기도 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아예 결혼식을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로 생활하지만 법적으로도 부부와 같은 동등한 자격을 인정받고 번거로움과 형식으로부터 자유롭게 사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경제력과는 관계없이 의식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모두 전문직의 고소득자임에도 결혼식에 드는 비용을 앞날을 위해 투자하는데 쓰겠다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성대한 결혼식을 해야만 잘 사는 것도 아니며 증인 한 명만 세워 놓고 혼인서약을 했다고 못 사는 것도 아닌 것이 결혼 생활인 것 같습니다. 

     

    신랑과 베스트 맨들이 춤을 추며 입장하고 신부의 들러리들 역시 신부 입장에 앞서 흥겨운 춤을 추는 모습을 보니 시대가 많이 변했음을 실감하게 되더군요. 물론 모든 결혼식이 다 이렇지는 않을 겁니다. 집안의 분위기나 각자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캐나다에 이민 온 후 처음 가 본 결혼식의 모습이 제게는 재미있기도 했고 복잡하게만 생각되었던 결혼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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