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가벼운 접촉사고 대처요령.

일상이 되어버린 운전. 운전은 가벼운 접촉사고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대형사고까지 운전자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위험요소를 갖고 있죠. 저도 얼마 전 가벼운 접촉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대처요령을 함께 공유합니다. 

 

사고가 난 상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저는 후진으로 주차장에서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었고 사이드 미러, 룸 미러로 후방을 확인했죠. 그리고 차를 움직이는 순간 경적소리와 함께 제 차 뒤에 있던 차량과 제 차의 뒷 범퍼가 닿아 버린 겁니다. 밴쿠버에서 15년 넘게 살고 있지만 이런 사고를 내는 일은 처음이라 당황스럽더군요.

접촉사고로 차 문에 스크레치가 난 사진

불과 1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일어난 접촉사고라 뒤차의 조수석 문과 뒷문에 스크레치가 생겨 버렸습니다. 백 프로 저의 과실인 거죠. 사고가 난 주변은 작은 몰이고 도로가 좁아서 차 두대가 동시에 지나가기에 애매한 곳입니다. 게다가 식당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늘 차가 많이 오가는 곳이기도 하죠. 

 

때문에 전방주차를 했다가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아 주로 후방주차를 했던 곳인데 그날은 후방주차를 할 수 없을 만큼 차들이 많이 있어서 그냥 전방주차를 했더니 결국 이런 일이 일어나고 말았답니다. 어쨌든 이런 경우는 백 퍼센트 저의 과실이 되어 버립니다. 속상하죠. 하지만 멀쩡한 차에 스크레치가 난 상대방은 더 속상하고 화가 나겠지요.

 

캐나다에서는 일단 인명피해가 없고 가벼운 접촉사고 같은 경우는 경찰을 부르지 않습니다. 만일 사고를 일으킨 상대가 현장에서 도망가려고 한다거나 사고수습에 협조적이지 않으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겠죠. 크던 작던 교통사고를 내고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나 버리면 의도치 않게 뺑소니로 몰릴 수도 있게 됩니다.

 

사고가 나면 차를 움직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다른 차들이 통행하는데 불편을 주게 된다면 얼른 사고현장의 사진을 찍고 사고를 당한 차와 내 차의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찍은 후 차를 움직입니다. 만일 사고를 당한 입장이라면 주변의 증인이 되어 줄 만한 사람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고를 낸 사람도 마찬가지이기는 합니다. 

 

그다음은 서로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찍어두고 연락처를 받아 둡니다. 그리고 ICBC(BC주의 보험공사)에 리포트를 하면 됩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사고가 난 경위를 전화로 또는 인터넷으로 신고를 하면 ICBC에서 심사를 하고 판정을 내려 줍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저도 인정하는 저의 과실이라 사실만 정확하게 보고하면 되지만 쌍방과실인 경우는 보고를 잘해야 하며 그 때문에 사진과 증인의 확보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이렇게 보고를 하게 되면 ICBC 판정에 따라 사고처리를 하게 되는데 사고를 당한 사람의 수리비나 기타 비용은 보험으로 처리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비용에 따라서 사고를 낸 사람은 다음 해 보험료에 적용이 되어서 할증된 보험료를 내게 됩니다.

 

서로에게 번거로운 일이지만 사고를 낸 사람도 고의가 아니기 때문에 설사 내가 사고를 냈다고 하더라도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많이들 이야기합니다. 단순 사고임에도 먼저 이렇게 말해 버리고 나면 그 말도 효력을 갖게 된다는 거죠. 자칫 상황이 나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황 사진을 확보하고 나면 내가 가입한 보험 중개인에게 전화해서 의논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벼운 접촉사고의 경우 간혹 피해자가 ICBC에 신고하지 않고 현금으로 해결할 것을 요구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보험료 할증 때문에 그럴 겁니다. 그러나 내가 사고를 당한 입장이라면 보험으로 사고를 처리해도 다음 해에 내가 내야 하는 보험료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차량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수리 비용을 계산할 수도 없고 추후에 비용이 더 드는 경우에 분쟁의 소지가 생기게 됩니다. 간혹 돈을 받은 사람이 돈은 돈대로 받고 나중에  ICBC에 리포트를 해 버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합의가 된 줄 알고 안심하고 있다 졸지에 뺑소니 차량 운전자로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죠. 

 

특히 주의할 점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보험을 들 때 그 용도와 운전목적 그리고 운전할 수 있는 대상자를 명확하게 하고 평소에도 그 조건에 맞게 차를 사용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간혹 자동차 보험을 들 때 보험료를 절약하기 위해서 운전 경력 10년 미만인 사람이 운전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일 가벼운 접촉사고라고 해도 운전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운전하다 낸 사고라면 좀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 등을 유의하셔서 안전 운전하시기 바랍니다. 사고는 예고가 없죠. 그러니까 보험을 드는 것이기도 하고요. 새해부터 접촉사고를 내서 마음이 좀 찜찜하기는 하지만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