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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하는 할로윈 축제를 만나다일상 2022. 10. 23. 09:26
캐나다에서는 10월 추수감사절이 지나가면 바로 할로윈 축제 분위기가 사람들을 들뜨게 합니다. 집 전체를 헌티드 하우스로 꾸며 입장객에게 도네이션을 받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집을 우연히 만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할로윈을 즐기는 분위기가 많아진 것 같더군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마도 엄청나게 많은 영어학원들 영향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그렇게 요란한 파티보다는 10월 마지막 날이 되면 아이들이 학원에서 사탕, 초콜릿 등을 받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또 잭 오 랜턴(Jack-o-lantern), 트릭 또는 트릿(Trick-or-Treat)이라는 말들을 배워왔었죠.
잭 오 랜턴은 노랗고 커다란 호박의 속을 파내고 무섭거나 기괴한 얼굴로 조각을 해서 그 안에 촛불을 켜서 집 앞에 내놓는 것을 말하죠. 캐나다에서는 집 앞에 이런 조각을 내놓는 집 위주로 아이들이 사탕을 얻으러 다닙니다. 이때 문을 두드리면서 맡겨놓은 것 찾으러 온 것처럼 당당하게 "Trick or Treat!'이라고 소리치죠. 하지만 아무 장식이 없는 집도 귀엽게 코스튬을 입은 아이들이 올 걸 대비해서 사탕이나 초콜릿을 준비해놓기는 하지만 이런 문화를 귀찮아하는 사람들은 아예 아무 장식도 안 하고 아이들이 다니는 시간에는 집안의 온 불을 다 끄고 있거나 외출을 하기도 한답니다.
할로윈 장식을 한 집 할로윈이 가까워질수록 동네를 다니다 보면 한 집 두 집씩 할로윈 장식을 하는 집들이 늘어나는 것이 보입니다. 이번에 제 시선을 사로잡은 집이 있었죠. 보통의 하우스보다는 큰 집이었는데 지붕 위까지 꼼꼼하게 제법 많은 비용을 들여서 장식을 해 놓았더군요. 여느 놀이공원의 헌티드 하우스 못지않아 보였습니다. 초저녁부터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동네 부모들이 모여들고 아이들은 신나서 집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죠. 집 앞을 보니 입장료를 도네이션 하면 그 돈으로 푸드뱅크에 기부를 한다는 안내가 되어 있었습니다.
할로윈 장식이 된 집 사진 아마도 예전부터 동네마다 이런 집들이 있었을 겁니다. 참 좋은 생각인 것 같아 가던 길을 멈추게 되더군요. 어차피 아이들이 있는 부모들은 시간을 내서 놀이동산의 유령의 집 같은 곳을 데려가기 마련인데 가까운 곳에 이런 행사를 하는 곳이 있으면 번거로움도 덜고 입장료를 좋은 곳에 기부할 수 있어 의미가 있겠죠. 자신의 집을 기꺼이 이런 행사에 사용하는 집주인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치장하고 다시 철거하고 그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요.
사실 저도 할로윈 축제를 그렇게 반기는 편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저녁에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받아오는 사탕이나 초콜릿도 그리 달갑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아주 드물게 못된 마음을 먹은 사람들에 의해서 할로윈에 나눠주는 사탕에 좋지 않은 짓을 하기도 했었으니까요.
저 같은 경우도 일단 열려있는 포장의 사탕이나 초콜릿은 모두 버렸으니까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너무 마음 아파하는 게 안쓰러워 제가 따로 사주기도 했답니다.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하지 못했던 할로윈 축제가 올해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무 일 없이 조용히 즐겁게 끝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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