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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카페에서 있었던 일 -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달라요!일상 2022. 11. 17. 09:28
우연히 들른 브런치 카페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일을 경험했습니다. 나름 베풀었던 친절이 무례함으로 바뀌는 황당한 경험이었습니다. 생각의 차이 인지도 모르겠지만 문화의 차이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브런치 카페를 들르는 일은 이제 여행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것 같네요. 저희도 가족들과 짧은 여행을 마감하며 지인의 소개로 칠리왁에 있는 작은 카페를 가게 되었습니다. 시골 마을의 작은 하우스 1층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는 제법 세련되고 깔끔했습니다. 그때가 연휴라서 그런지 11시에 도착했음에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지역적인 특성상 손님들의 대부분은 백인들이었습니다.
저희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현관 입구에서 기다리기 시작했죠. 입구가 거의 사람들로 꽉 찰 무렵에 문이 열리면서 노인용 보행기가 먼저 모습을 보였습니다. 걸음이 불편한 백인 할머니가 보행기를 입구의 문턱(문턱이 좀 있었습니다)에 걸치느라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마침 바로 그 옆에 서 있었던 저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보행기의 앞부분을 잡아끌어서 문턱을 살짝 넘기도록 도와 드렸죠. 이것이 저의 실수라고들 합니다. 저도 순간 아차 싶긴 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본인이 원하지 않은 도움을 받는 일을 무척 기분 나빠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할머니는 물론 일행들도 저에게 고맙다는 말없이 지나가 버리더군요. 저도 코로나 때문에 보행기를 만지는 일이 좀 그랬는데 마스크까지 다 벗고 다니는 마당에 괜찮겠다 싶었죠. 아마도 그건 저만의 입장이었겠지요. 어쨌든 저만 순간 무척 무례한 동양 아줌마가 되어버리고 말았네요.
남편은 저에게 아직도 '한국물'이 덜 빠졌다고 하며 오지랖이라고 뭐라고 하더라고요. 아들도 노인들 잘못 도와줬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으니까 본인이 청하지 않으면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둬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한국 같으면 가만히 서있는 제가 무척 쌀쌀맞은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캐나다에서는 그렇지가 않은 가 봅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도 원하지 않는 도움은 무례함이 된다고 하니까요.
캐나다에서 묻지 않고 베푼 친절에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 일은 문 열고 나오면서 뒷사람을 위해 문 잡아 주는 일 밖에는 없는 것 같네요. 오히려 한국에서는 문 좀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말입니다. 즐거운 여행길에 맛있다고 알려진(정말 맛있고 깔끔했어요) 예쁜 브런치 카페에서 겪었던 문화충격을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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