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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 결국 보고 말았다!일상 2023. 2. 22. 10:51
결국 보고 말았다. 사실 나의 해방일지가 한창 인기를 끌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는 모른 척하고 있었다. 좀 어두웠고 매일 술 마시는 모습이 싫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나의 해방일지>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방영한 지 1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 이 드라마를 아마도 나는 보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드라마는 어둡지 않았다. 내 젊은 시절의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나왔고 그 힘들었던 시절이 그리우면서도 마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일부러 피해 다니고 있었던 것 같다.
국이 있는 엄마의 따뜻한 밥상
이 드라마는 술 마시는 장면만큼이나 밥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는 그런 느낌이다. 식탁에서, 거실 바닥에서 모여 앉아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반찬과 국을 앞에 놓고 밥을 먹는다.
정다운 말 한마디, 유쾌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는 밥상. 그 사이에 끼어 앉아 밥을 먹는 구 씨. 산포네 가족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밥상이 구 씨에게는 세상 가장 따뜻한 밥상이었을 것 같다. 늘 '1'이라서 긴장하고 외로워야 하는 그에게 산포네 사람들과 같이 먹는 밥은 무장해제였을 것 같다.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은 나에게는 늘 그리움이다. 엄마의 밥상을 오래 받아 본 사람은 '삶'을 불평할 자격이 없다. 엄마의 밥상은 보이지 않는 구심점이고 멀리 달아났다가도 무조건 돌아올 수 있는 이유다.
내가 <나의 해방일지>에서 지금까지도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도 아침에 눈을 뜨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미워할 누군가가 있다.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나를 괴롭히는 지나간 장면들도 있다.
살아내는 일이 서툴러 혼자 끙끙거린 적도 있다. 나의 부모님도 인생이 힘들 때 찾아가 하소연할 수 있는 부모가 아니었다. 외로웠다. 그래도 눈 흘겨주는 산포네의 엄마가 나는 부러웠다.
갑자기 그녀가 세상을 떠나버렸을 때, 더 이상 따뜻한 국이 있는 밥상을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고단했던 그녀의 삶이 이렇게 허무하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울지 않았다. 인생이란 그런 거니까.
내가 젊었다면 기정, 미정, 창희, 구 씨의 변화하는 과정과 오픈된 결말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고 공감하고 주어진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나의 해방일지>를 보면서 인생의 덧없음을 다시 기억하게 되었다.
어떻게 오늘 하루, 선물처럼 주어지는 '오늘 하루'를 선물 받는 기쁜 마음으로 살아 낼 것인가? 늘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젊음'이라는 그물 속으로 다시 잡혀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문득문득 간절하지만 시간은 앞으로만 간다. 즐거운 사람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이제 나는 나의 해방일지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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