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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리차 한잔의 여유 - 내가 만난 심리학 책, 최인철의 <프레임>
    일상 2023. 5. 28. 04:24

    인생을 살다 보면 흔들리는 시기가 몇 번씩 있습니다. 잠시 시간 내 따뜻한 보리차 한 잔 만들어 마실 여유조차 없이 지금껏 살아온 인생에 자괴감이 들 때 저는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이라는 심리학 책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누구나 그렇듯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습니다. 저는 정서적 결핍 속에서 성장한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경제적 여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빈곤과 가정불화가 끊이지 않는 불안함 속에서 살았고 지금도 연로하신 부모님은 저와 저희 형제들을 감정적으로 힘들게 하십니다. 

     

    때문에 저는 삶과 사람들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갖지 못하고 성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많은 오류와 편견들이 있었습니다. 과보호도 있었고 세상은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저의 행동과 사고 전반에 깔려 있었죠. 그런 까닭에 지금도 저희 아이들은 또래보다 조심성이 많습니다. 

     

    인생을 조심성 있게 살아가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러나 새로운 일,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도전해서 성공을 맛보거나 실패를 맛보는 일을 쉽게 하지 못하는 면도 있게 되는 거죠. 제가 긍정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이었다면 저의 아이들도 성장하면서 좀 더 많은 경험에 노출되고 나름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성인이 된 아이들과 사소한 의견차이로 부딪힙니다. 아이들을 통해서 제가 얼마나 편협한 사람이었는지 알게 되었죠. 아이들을 탓하지 지는 않습니다. 변명 같지만 저는 제 안에 아물지 않은 상처들을 방치한 채로 살았으니까요. 저만의 지독히 폐쇄적인 프레임으로 세상을 경계만 하며 살았던 바보였으니까요.

     

    그래서 심리학 책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하면서 읽기도 하고 제 자신이 위로를 받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러던 차에 읽게 된 <프레임>이라는 책은 제 삶의 많은 것들을 정확하게 정리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과거에서 나와 현재의 '나'를 바라보고 다독일 수 있게 되었죠. 흘러가버린 세월들은 그대로 그 자리에 놓아두고 '지금'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나에게 '내일'이 또 주어질 거라고 믿는 어리석음이 삶을 힘들게 합니다. 삶과 죽음은 늘 함께 있었고 우리는 운 좋게 다음 날을 선물 받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니까요.

     

    현상과 사람을 대할 때 살아온 세월이 많다는 이유로 넘겨짚거나 쉽게 판단해 버리곤 했던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고 한 마디씩 생각 없이 뱉어내는 말들로 내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했을 나의 고집을 돌아봅니다.

     

    이 책은 이제 막 인생의 황금기에 접어든 젊은 분들은 물론이고 저처럼 황혼기 또는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 요즘의 '젊은 노년'들에게는 삶을 정리하고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참 좋은 조언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끝으로 저희 집에서 있었던 작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저희 아들이 다니는 미용실이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도 전화로 예약을 받던 곳입니다. 이제는 예약이 인터넷 예약으로만 된다고 하더군요. 저희 남편의 반응은 "이젠  나이 든 사람은 안 받겠다는 소리군."이었습니다. 

     

    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보통 대부분의 예약들은 인터넷으로 해야 합니다. 일일이 전화로 응대하는 시간도 절약되고 그 시간에 다른 것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 시스템을 바꾼 것이라고 이해가 됩니다.

     

    물론 남편은 저보다 스마트폰도 더 잘 다루고 인터넷도 잘 다룹니다. 그런 남편에게도 미용실의 바뀐 시스템이 나이 든 사람에 대한 차별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우리 같은 '젊은 노년기' 세대들이 갖고 있는 무의식 속의 편견이 좀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저희 남편만 그런 가요? 그럼 다행이긴 합니다.

     

    변화는 늘 있어 왔습니다. 그 변화의 물결은 인정사정없이 모두에게 다가옵니다. 다만 배우고 자각하려는 노력을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세상은 나에게 친절할 수도 불친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나를 외롭게 만들고 독선적이고 아집 투성이의 주름살 많은 노인으로 만드는 편견의 틀을 깨고 나와 지혜로운 인자한 어른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내용을 객관적이고 담담하게 읽어나갈 수 있도록 써 주신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이라는 책을 만난 행운을 여러분들과도 함께 하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다른 오해는 없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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