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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실외기 때문에 생긴 이웃간의 갈등과 해결방법.일상 2022. 8. 9. 07:57
여름이 시작되면 에어컨 실외기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생겨나곤 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창문 앞에 등장한 옆집의 에어컨 실외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죠. 상식 밖의 행동을 했지만 매일 마주치는 이웃이고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 해결 방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그 방법과 결론을 맺기까지의 이야기를 적어 봅니다.
우선 개인 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사는 타운하우스는 스트라타가 관리를 해주는 곳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스트라타 매니저에게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이사하면서 받은 스트라타 규정과 Bylaw를 꼼꼼히 읽고 위반된 사항들을 지적했습니다. 한 가지 애매했던 것이 에어컨 실외기 설치 규정에 언급된 내용으로 패티오와 발코니를 중심으로 일정한 거리와(7m) 소음규정(66 dbA)에 관한 것만 나와 있고 창문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스트라타와 카운실 멤버들도 규정에 적합하게 설치되었고 소음도 규정보다 작은데 불만을 제기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화가 나죠. 그래도 다른 여느 나라보다 삶의 질을 우선으로 하는 캐나다라는 나라에서 이런 탁상공론 같은 답을 들으니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무척 열받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들도 열심히 주변에 조언도 구하고 발코니와 패티오가 규정에 언급되었다면 창문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마땅한 것이고 실제로 저희 집에 와서 실상을 볼 것을 건의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이메일을 통해서 했습니다. 혹시 모를 법적 대응까지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날씨는 점점 더워 오는데 일은 빨리 진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실사도 나오지 않았고 스트라타 측의 답변도 매년 일정이 잡힌 정식 스트라타 회의를 해야 결론이 난다는 식이었죠. 가만히 못 기다리죠. 뜨거운 바람과 열기가 식탁 옆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데 어떻게 앉아서 기다리고 있겠습니까.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입주민이 긴급회의를 요청했을 때 스트라다는 4주 안에 무조건 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시(City)의 Bylaw 였습니다. 그전에 시에 불만사항을 건의해 보았지만 답변은 스트라타와 잘 해결하라는 통보 만을 받았습니다. 어쨌든 스트라타와 결론을 내야 할 입장이었고 소송을 한다고 해도 길고 지루한 싸움이 될 것이 뻔하고 그사이에 피해를 보는 건 우리 쪽이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정식으로 스트라타에 긴급회의를 요청했죠. 역시 별 반응이 없다가 우리 측 요청에도 불구하고 4주를 넘기면 Bylaw 위반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서둘러 회의 일정을 잡아 주더군요. 스트라타 매니저는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입주민 대표들로 구성된 스트라타 카운실 멤버들과의 줌 화상회의였습니다. 스트라타 카운실 멤버들과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입주민들이 자기 집 외부에 에어컨 실외기처럼 무언가를 설치하거나 할 때 이 회의에서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저희가 기분이 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입장이 된 것도 같은 단지 안에서 생활하는 멤버들의 결정이 상식하고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었던 거죠.
그러나 스트라타 멤버들도 보수를 받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직이고 타운하우스단지를 위해서 궂은일을 맡아서 하는 동네 주민입니다. 이웃인 거죠. 잘할 때만 고맙고 실수했을 때 몰아붙이는 것도 옳지는 않다고 생각했죠. 줌 회의에서 저희 쪽에서 준비한 여러 애로사항과 요구들을 이야기할 시간을 주더군요. 저희 역시 싸우려는 것이 아니었고 도대체 어떻게 이런 허가를 줘서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또 이로 인한 피해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에 잘 준비를 했고 충분히 설명을 들어주었습니다. 저희가 바라는 것은 실외기를 완전히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지만 여러 가지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스트라타의 결정에 따르겠노라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스트라타와 각을 세워서 좋을 것 없고 또 여러 경험상 스트라타는 자기들의 결정을 바꾸지 않을 거라고 하더군요. 사실 가장 괘씸한 쪽은 옆집이죠. 설치비를 줄이려는 의도였는지 극심한 이기주의인지는 모르겠지만 설치장소를 저희 집 창문과 마주한 곳으로 정한 것부터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이니까요. 옆집은 엄연히 허락받고 설치한 것이니 문제없음이라는 입장인 것 같고 어쨌든 자신들이 허가를 내주었으니 번복할 말이 없고 중간에서 저희만 골탕을 먹는 꼴이 되었던 거죠.
생각 같아서는 제일 먼저 문제를 만든 옆집의 사과를 받고 엉터리로 일한 스트라타 멤버들의 변명도 듣고 싶었지만 서양의 문화는 자신이 진짜 잘못했더라도 (가벼운 실수 말고) 법적으로 책임을 지거나 재산상의 불이익이 생길 것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절대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가벼운 접촉사고 같은 교통사고가 나도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역시 정식 사과는 없더군요.
결론은 이렇습니다. 사과 같은 말은 없었지만 그래도 저희에게 정중한 말로 협조해 줘서 고맙고 빠른 시일 안에 에어컨 실외기가 보이지 않도록 울타리용 나무를 심어주겠노라고. 이렇게 결론이 나리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요. 실외기를 옮기는 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이전에 따른 비용을 위해 또 다른 분쟁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지인들 중에는 나무라도 심어주는 것이 다행이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실제로 실외기가 있는 곳에 와서 보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인지 저희의 답을 듣고는 바로 시간 끌지 않고 나무를 심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나무를 심게 되면 직접적으로 뜨거운 공기가 들어오지 않고 공기 중으로 분산되고 미관상으로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입장인 거죠.
막상 나무를 심고 보니 창 박에 바로 초록나무가 보이니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다른 이유를 대고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경청해 준 것도 고맙고(당연한 것이지만 안 그런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빠르게 실행에 옮겨주는 것을 보고 미안함의 표시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이 일 역시 카운실 멤버들이 하고 있는 걸 보니 고맙다고 해야 할지 헷갈리더군요. 어쨌든 더운 여름에 땀 흘리는 것을 보니 크리스마스에 초콜릿이라도 선물해야겠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못나게도 저는 인종차별을 떠올렸고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문제의 원인을 따지지 못한 분함을 안고 있었는데 이렇게 일을 마무리하게 되면서 느낀 점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이민자라고 해도 내게 불이익이 생겼을 때는 화내고 억울해하기보다 이성적으로 따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 누군가의 잘잘못을 가리기 위한 분풀이로 소득 없는 소모전을 하기보다는 이미 일어난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타협해 나가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외국에서 살다 보면 내 나라에서 살 때와는 또 다른 것들이 힘들게 할 때가 많습니다. 태어나서 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관습도 모르고 꼭 알고 있어야 하는 여러 가지 법률상식을 몰라 허둥거리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이런 것들까지 잘 챙겨야 하니 조금은 피곤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꼭 외국생활 만이 아니라 어디든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는 양보도 필요하고 또 내가 도움받을 일이 생길 수 있는 것이 인생살이라 생각하면 그렇게 속상할 일도 억울할 일도 없지 싶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비슷한 경우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잘 해결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모두 다 좋은 이웃이 될 수는 없지만 대부분 좋은 이웃이라면 괜찮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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